김자영의 부활노래 "AGAIN 2012"

2017.05.26 ┃ view 6483 BACK TO LIST

 




"솔직히 8강전까지는 체력적으로 별로 힘들지 않았어요. 마지막 날이 제일 힘들었어요.
4강전 상대가 요즘 '대세'라는 (김)해림이 언니였잖아요. 제가 세 홀을 남기고 2UP으로 앞서가고 있었는데 언니가 16, 17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고 기어이 올스퀘어를 만들더라고요.
속으로 '와, 이 언니 정말 세다' 하면서도 끝까지 정신줄 놓지 말자고 다짐했죠.
연장전에서 제가 실수 없이 버티니까 두 번째 홀에서 해림 언니가 실수를 하시더라고요. 제가 운이 좋았죠."(웃음)

 

"그다음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결승 상대가 인비 언니였는데, 힘도 빠지고 언니가 너무 높은 산처럼 보이는 거예요.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아냐, 넌 할 수 있어. 쫄지 마!' 이 두 가지 말이 제 마음 속에 계속 겹쳐졌어요.
인비 언니는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세계적인 선수이고 저는 지난 4년 동안 잊혀졌던 선수잖아요.
제가 '지더라도 밑질 게 없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래도 '결승까지 힘들게 왔는데 질 때 지더라도 멋있게 지자, 실수만 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언니가 잘해서 이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고요."

Q. 12번 홀(파5) 이글로 3UP을 만들면서 우승을 예감했나요?

"아뇨, 사실 그때까지도 저는 거의 18번 홀까지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상대가 상대인지라 긴장을 한시도 늦출 수 없었어요.
언니의 아이언 샷감이 워낙 좋았거든요. 이제 와서 얘기지만 제가 12번 홀에서 홀 가까이에 '투온'을 시키고 인비 언니가 세 번째 샷을 할 때 일부러 보지 않았어요."

"사람들의 환호성을 듣고 완벽하게 붙였구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중계 보니까 공이 들어갔다 나오더라고요.
'아, 저거 옆에서 봤으면 진짜 내 플레이가 말렸겠다. 세계적인 선수는 역시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다행인 게 제가 그 순간을 보지 못해서 이글 퍼트를 편안하게 넣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퍼트도 쉬운 게 아니었거든요.
거리는 1미터 밖에 안되지만 내리막이 심하고 훅라인이어서 오른쪽으로 한 컵 보고 태운 거였어요.
반면 인비 언니는 그렇게 멋진 샷으로 버디를 하고도 그 홀을 졌으니 많이 아쉬우셨을 것 같아요. 제가 운이 조금 더 좋았던 거죠."

Q. 박인비 선수가 16번 홀에서 컨시드를 줘서 우승이 확정됐을 때 느낌은?

"아, 말도 안 돼. 내가 정말 컨시드를 받은 건가? 이게 꿈은 아닌가? 어안이 벙벙했고 실감이 안 났어요.
주변을 둘러봤는데 '자몽회'(팬클럽) 분들과 부모님이 눈물 흘리시는 걸 보고 먼저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동안 내가 힘들었던 것 이상으로 부모님과 팬들도 마음 고생이 많았구나.
그때 비로소 아, 내가 해냈구나 실감이 나더라고요."

"엄마가 저를 안아주시면서 '고생 많았다'고 울먹이시는데 제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곧바로 중계방송 라이브 인터뷰를 하는데 그때까지 눈물이 안 나오다가 우승 소감 첫 마디를 떼는데 속에서 울컥하고 올라오더라고요.
지난 4년 간 있었던 섭섭했던 일들, 마음고생 했던 일들이 생각이 나서 그만…"


김자영은 2012년 데뷔 3년 차에 3승을 거두면서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스타로 주목받으며 많은 '삼촌 팬'들을 몰고 다녔지만
이듬해부터 4년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팬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져 갔습니다.
지난해는 상금랭킹 57위에 그쳐 60위까지에게 주는 올 시즌 시드도 간신히 따냈습니다.

Q. 그동안 성적이 안 났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마음의 병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2012년에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보니 이후로는 주변 사람들을 위한 골프를 쳤던 것 같아요.
성적이 안 나면 사람들에게 실망을 줄까 봐 신경이 쓰이고 그러다 보니 필드에서 평상심을 잃게 되고,
나 자신에게 화가 나고 이런 것들이 반복된 거죠. 또 주변에서 들리는 나쁜 소문들도 많이 괴로웠어요."
 
Q. 나쁜 소문이란 게 어떤 거죠?

"아빠랑 사이가 안 좋아서, 매니지먼트사랑 소송에 휘말려서 성적이 안 난다.
또 남자 친구가 생겨서 한눈판다. 이런 소문들이 제 귀에 들어오니까 정말 사람들을 만나기가 겁나고 대회에 나가기가 싫었어요.
저를 응원해 주시는 팬들에게도 미안했고요. 제가 잘 못 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가 싫었어요."

Q. 이젠 그런 스트레스를 다 이겨낸 건가요?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 먹으면서 저도 모르게 그런 상처 되는 말들에 많이 무뎌지는 것 같아요.
맷집이랄까? 내공이 쌓이는 거죠. 이젠 주변 사람들의 근거 없는 소문에 쉽게 상처받거나 흥분하지 않아요. 좀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요."

Q. 드라이버 샷의 평균 비거리가 지난해(235.51야드)보다 13야드 이상(248.88야드) 늘었던데 비결은?

"제 비거리가 늘어난 이유는 체력, 스윙, 장비 3박자가 잘 맞아 떨어진 덕분이예요.
올 시즌을 앞두고 제가 골프를 시작한 이래 체력 훈련을 가장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하루 2시간, 1주일에 4~5회씩 체계적으로 준비했어요.

그동안 제가 슬럼프를 겪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체력적인 한계였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요."

"체력이 떨어지면 스윙이 망가지고 미스 샷이 나오는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다른 기술적인 부분에서 원인을 찾다가 계속 헛심만 썼어요.
스윙을 바꾼다든가 숏게임 스타일을 바꿔보든가 하면서 길을 많이 돌아가지 않았나 생각해요.
문제점에 대한 진단이 잘못되었던 거죠. 체력이 안 되면 연습을 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
오히려 연습을 하면 몸이 더 지치고 독이 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럴 때마다 굉장히 짜증 났어요."

"그래서 지난 시즌 끝나자마자 이 악물고 체력 훈련 했더니 샷 비거리도 늘고 똑바로 가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후반에 무너지는 징크스도 깨끗이 사라졌어요. 제 근육량이 3kg 늘어났더라고요."

Q. 스윙에는 어떤 변화를 줬나요?

"특별히 변화를 준 건 없고 다만 잊고 있었던 걸 다시 끄집어냈어요.
저는 백 스윙 때 상체의 꼬임을 극대화하고 다운 스윙 때 꼬임을 풀어주면서 나오는 힘으로 공을 때리는 데,
그동안 체력적인 문제로 하체가 단단히 버텨주지 못하니까 밸런스가 무너지고 임팩트가 제대로 안 됐던 거예요.
이젠 하체가 버텨주니까 밸런스도 좋아지고 공을 칠 때 힘을 주는 타이밍을 다시 찾게 됐어요.
힘을 폭발시키는 지점을 깨닫게 되니까 저절로 샷의 거리도 늘어나더라고요."

 Q. '장비' 덕도 봤다는데 드라이버 얘기인가요?

"저는 3년 동안 똑같은 드라이버를 계속 썼어요.
저에게 잘 맞는 드라이버를 딱히 찾지 못하다가 이번에 정말 손맛이 확 느껴지는 새 드라이버를 발견했어요.
피팅도 잘 됐고 저한테 딱 맞는 드라이버인 것 같아서 어드레스 할 때부터 마음이 편안해져요.
결국, 체력, 스윙, 장비의 3박자가 요즘 잘 맞아 떨어지면서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Q. '얼음공주' 라는 별명이 마음에 드나요?

"솔직히 좋은 별명 같진 않아요.
제가 플레이하면서 잘 웃지 않고 표정이 굳어 보여서 붙여진 별명 같은데 앞으로는 좀 더 웃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요(웃음).
버디 잡을 때 어떤 리액션이라도 준비해야 하나?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그런데 그게 억지로 하기보다는 저절로 나오는 게 멋지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가 있다면?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어요.
그중에서도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한국여자오픈은 꼭 우승하고 싶어요.
워낙 코스 세팅도 어렵고 제가 2012년에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넘지 못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당시 공동 1위로 최종라운드에 나섰다가 이미림 언니한테 우승컵을 내줬는데, 이번에 다시 그 대회에서 그런 기회가 오면 꼭 잡고 싶어요.
기아차 한국여자오픈이 6월 15일 개막이니까 얼마 안 남았네요."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213311&plink=ORI&cooper=NAVER&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